마음에 드는 시

바람을 키우다 / 이정원

주선화 2015. 12. 28. 10:02

바람을 키우다 / 이정원

 

산길 고욤나무가

말라비틀어진 젖꼭지를 매달고 있다

 

흔들흔들 누군가를 달래는 중

 

가만 보니

바람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내고 있다

 

쪼그라든 젖꼭지가 까맣다

 

까매질수록 바람은

바위만 하다가 집채만 하다가

산만큼 커져서 온 숲을 흔들어댄다

 

고욤나무가 바람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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