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키우다 / 이정원
산길 고욤나무가
말라비틀어진 젖꼭지를 매달고 있다
흔들흔들 누군가를 달래는 중
가만 보니
바람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내고 있다
쪼그라든 젖꼭지가 까맣다
까매질수록 바람은
바위만 하다가 집채만 하다가
산만큼 커져서 온 숲을 흔들어댄다
고욤나무가 바람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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