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자화상 / 유안진

주선화 2016. 9. 28. 11:32

자화상 / 유안진


한 오십 년 살다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강물과 바닷물이

뉘가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뒤뜰 언 발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 수록 새우젓깔 맛나듯이

때 얼룩에 쩔을 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데 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흐르고 떠도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