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 주선화
질경이는 타고난 노숙자다
뽐낼 것도 없는데 항상 당당하다
비집고 들어갈 틈만 있으면 뿌리를 내려 살아갈 뿐
비굴하지도 굽실거리지도 않아
시멘트 바닥이든 돌 틈이든
누울 수만 있으면 자리 잡고 보는
질경이의 목숨은 질겨
질긴 목숨을 안주 삼아
푸른 소주병 뒹굴고
들고양이 길게 하품하고
누운 곳이 안방이고 천국
사람 많은 대합실 귀퉁이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그 누구의 눈길조차 받지 않아
이미 가장 낮은 곳에 처한
세상에 없는 풀
*시집 『호랑가시나무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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