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백 년 동안 그리움 / 김왕노

주선화 2019. 1. 15. 13:59

백 년 동안 그리움

                                 김왕노


그리워한다는 것은 참 아픈 일입니다.

뼈가 푸른 독 같은 슬픔에 흠뼉 젖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에 수천수만 그루 심고


날마다 상전벽해를 이룬 그리움이 끝없이

물결치는 소리에 귀가 젖는 것입니다.


누구의 생이나 따져보면 그리움뿐입니다.


가질 수 없는 것, 다가갈 수 없는 사람, 아득한 별,

멀어진 것에


끝없이 오라고 손 흔들거나 끝없이 가려고 몸부림치는

그리움뿐입니다.


평생 직립이므로 제자리인 세상 모든 나무들이 푸른 것은


삭일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이고 그리움의 힘으로

치솟았다는 것을 압니다.

산다는 것은 백 년 동안 그리움을  키우는 일인 줄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도 결국 그리움으로 사랑한다는 말

흐린 창에 새긴다는 것을 압니다


망부석도 있고 남편을 기다리다가 숨진 열녀비도 있는데

그리움이 백 년 동안이라니


너무 짧지 않아 하지만 백 년이 잉걸불처럼 뜨거운

그리움의 한 철이기에


백 년 동안의 그리움이라 말해 봅니다.


백 년 동안 그리움 후의 막막함, 백 년 동안 그리움의 유연함에


울먹이기도 할 테지만


그리움이기에 백 년 동안 그리움이라 불러봅니다.


천년만년도 사랑하기에 너무 짧다 생각하지만

그리움쯤이면 백 년이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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