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먼 바다 / 김효선

주선화 2020. 5. 7. 11:43

먼 바다

ㅡ 김효선



당신은 모자 안에 뭘 숨기고 있나요

안개는 자주 미간을 잃어버린 채

망망한 대해를 건너야 하는

상투를 쓰고 있지만


모자를 쓰고

사과를 숨기는 사람을 알고 있어요

사과에서 멀어진 기억으로 살기 위해

아침마다 사과즙을 짜내는 손길


모자 안에 장미꽃은 없어요

기린의 목은 왜 모자 안으로 들어갔는지

누가 창문 좀 열어 줘요

담쟁이의 끈질긴 입술을 받아들이느라

목이 말라요 제발 그만 좀 먹어요


양파 껍질처럼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모자를 아세요

폭우처럼 쏟아지는 게릴라성 여자를


제발, 모자 안의 당신을 꺼내 주세요


그런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거죠?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련의 아침 / 배한봉  (0) 2020.05.14
숲 / 조승래  (0) 2020.05.11
프릴 원피스 / 하두자  (0) 2020.05.02
너를 꽃이라 부르고 열흘을 울었다 /김왕노  (0) 2020.04.09
당신의 아름다움 / 조용미  (0) 202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