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ㅡ신달자
저것봐!
누구의 진구령 과거인가
벌렁 세상에 드러난
도무지 덮을 수 없는 난처한 탈선인가
벌거벗었다
무슨 고백이 이리도 의뭉스러운가
차라리 삶의 늑골을 보여주는 구나
아무리 말해도 인간들이 몰라서 물을 쫙 빼고
삶의 밑바닥을 보여주는구나
저것이 삶이라면
누구의 골수를 다 빨아 먹고 저렇게 몸을 불렸을테지
벼랑에서 뛰어 내린 사람을 말하기도 하겠구나
삶의 중간 계단에서 두발 꺾여
차라리 하늘로 구름을 붙잡기도 하겠구나
징그럽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여자의 운명 같은
결코 연꽃이 피어나는 내세(來世) 같은 답은 없을지라도
진흙 사이 사이
구름도 지나가는 아찔한 멍텅구리 슬픔을
새들도 피해가는 거 본다
떠나겠다는 암시조차 없이
저 홀로 마음 유서를 남긴 마지막 얼굴이 저랬을까
한 번도 달달해 본 적 없는 여자 같은
살집만 서럽게 홀로 진흙으로 늙어 가는 여자 같은
곧 바닷물이 들어 올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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