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검정 봉지 속사정 / 곽종희

주선화 2022. 1. 19. 15:43

검정 봉지 속사정

 

ㅡ곽종희

 

 

바리바리 싸서 주신 귀향길 반봇짐에

아껴두신 씨감자가 반갑게 날 맞는다

진즉에 물렸다는 말 목울대에 걸리는데

 

이밥은 못 먹여도 배곯게는 않겠다던

어머니 모진 다짐 버짐같이 번진 날에

그 속내 모르던 나는 양지 녘에 쪼그리고

 

베란다에 쳐박아 둔 봉지에서 싹이 났다

쭈글쭈글 몸피에서 피워낸 어린 싹이

죄송한 느낌표 하나 나 대신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