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탁은 음악이고
ㅡ정수경
샛길 등에 업혀 안개는 물의 옷을 입는다
안개의 얼굴을 기른 새벽은
잃어버린 별자리를 찾아
울긋불긋 한철 일상을 견딘 밤공기의 자취를 남기고
꽃과 너의 나뭇잎의 손금 읽느라
진화를 멈춘 바람에
모든 기억이 새가 된다 새는 버찌를 낳는다
버찌는 인생이다
버찌가 달린다 너도 시간도
달린다 달리던 인생 마지막에 만나는
묘지는 공원이다 일터이고
불과 비와 구름을 지닌 기다란 필름이다
세상을 살다간 사람들이 거닐고
휴식을 취하는 곳
어둠 밝힐 불빛 없어도 바라보는 눈동자 없어도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버찌는 그늘을 위해 늙어가고
안개는 물의 옷을 벗는다
벗어놓은 석양의 허물에 필름이 익어가고
아직 남아 있는 몇 줄기
여분의 빛, 내일을 위한 식탁이 된다
식탁은 억겹을 헤엄쳐 온 새 닮은 음악, 상처를 치료하는 고백이다
떠나가는 꿈의 여관과
돌아오는 낙과들의 소문 그리고 평판에 대해
눈물색이 놓친, 물결무늬 위에 처음처럼 올려진 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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