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알카강 너머 로아빔까지 / 황주은

주선화 2022. 3. 15. 10:30

알카강 너머 로아빔까지

 

ㅡ황주은

 

 

화살을 따라 숲으로 가면

시간이 여기로 모이곤 했다

 

설탕이 없을 때는 당뇨도 없었지

대신

풀이 달았다

 

꽃은 발자국을 따라 향기도 남겼고

저녁은 나무를 앞질러 왔다

 

천막엔 언제나 부싯돌과

불이 있었지

연기로 돼지를 그을려 먹을 땐 엉덩이에 대고 인사를 했다

"나를 썩게 하는 살들아 이제 안녕"

 

강물은 늙은 주름으로 흐르고

물고기는 모래톱에 거품을 뱉었다

창백한 해는 손바닥에 숨고

 

이곳의 바람은 검은 이빨을 가졌구나

거센 바람이 숲을 통과하고 있었다

 

둥근 천장 아래

어여쁘고 몹쓸 사랍들이

눈을 뜨고 죽어갔다

 

우리도 광합성이 필요해

간신히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물을 건넜다

강기슭에는

 

너무 무겁게

너무 빨리

우리가 떠나보낸 것들이 고였다가 떠내려갔다

 

나는 그것을 '생활'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