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가네
ㅡ구수영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
나이 더한 머리 모양을 알아보지 못
할까 헤어지던 그 해 입었던 옷을 입었다
어머니 파먹고 산 그늘이 무릎을
조아리고 귀엣말하는 강을 거슬러 걷는
눈멀고 귀먹은 어머니
하얗게 세버린 엉킨 머리카락 부스스
떼로 날아 앉은 꽃핀
참아 온 강은 스스로 둑을 터트리고
가슴을 타고 다리를 내려와 맨발 위로
스며드는 뜨겁고 서러운 배설
까닭 없이 일렁이는 바람 소리
불쑥 손잡고 찾아오던 촛농 같은 통증들이
막힘없이 흘러넘쳐
다시 시작된 물의 배란기 가물가물 다가
오는 입덧 떠나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수북한
물속에도 우리 집이 있겠지요
아가미가 없어도 부레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어머니 그림자가 내려오는 밤이면
산란을 맞은
물고기자리 별이 떠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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