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김밥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의
사나이 김밥*에서 밥을 먹는다.
이 집의 주 메뉴는 사나이 김밥이다
그러나 나는 물색없이
등심 돈가스에 차돌박이순두부를 시킨다.
김밥 한 줄로는 허기를 다 채울 수 없어서
이 가게 와서 의리를 지키려면
사나이 김밥을 먹어줘야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 앞에서
밥심으로 일을 해내야 하는 노동 앞에서
밥집의 의리는 그저 구호일 뿐,
김보성의 의리가 내게는 광고 속
불끈 쥔,
주먹보다 더 멀다
* 체인점
팔월
수면 위에 뜬 태양이 흰 눈빛을 쪼아대는 한낮
목을 축이고, 깃털을 다듬는
참새 한 쌍
작은 부리를 서로 부딪치며 논다
폭염을 피해 사라지는 그늘
국지성 폭우를 피하는 새들
발목을 감추는 것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내려 쌓이는 초록을 뚫고
열렬한 고백이 불같이 떠다닌다.
* 시인정신 202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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