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의 방
ㅡ 사내
-김려원
노란은 함정이다
아니다 두 마리 벌레가 기어들어간 집
꽃 떨어진 뒤끝치고는 아삼삼한 때깔
어니다 노랗게 떠서 입술 따먹고 사는 집
미쳤다 자물쇠 꽉꽉 채운 갱도 입구는
발 없는 새가 다녀간 자리
갈탄 캐는 사내의 땟국물에 전 가시내 신접살림 차렸네
둘이 단칸방에 드는 일
씨눈을 방점 찍어 얼굴 맞대면
와랑와랑 내걸리는 뭇별
노란은 하나다
아니다 벽장을 흔들어 제 이마 짚는 집
카시오페이아와 안드로메다의 별들이 똥 누기 전에
종유석 같은 새끼 굳게 낳아
지하 동굴은 씨알머리로 깊어가는 하늘
천년에 아흔아홉 번 물방울이 몸 뒤척일 때
누군가 바투 문 따는 날이 닥친다 해도
노란 집은 한 번만 툭 떨어지면
케페우스와 페르세우스가 만만세
하늘이 소리 없이 내려 앉는 동안
미나리아재비 너머 산수유 지고 피고
갱도를 내달리던 탄차는 탐문을 피해
컴컴한 밥그릇에 며느리밑씻개 퍼다 날랐지
갈탄의 윤이 나는 출구 없는 방에서도
피붙이는 돌순으로 자라나
갱도를 발효하는 올록볼록 숨소리
노란은 꺼진 등불이다
아니다 천년만년 달수를 잉태하는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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