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 이제니

주선화 2022. 11. 16. 14:00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

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

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

다. 모르는 사이 사라지는 꽃. 꽃들은 자꾸만 바

닥으로 떨어졌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너는 희미하게 서

있었다. 감정이 있는 무언가가 될 때까지. 굳건

함이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움직이지 않

는다는 것은 오래오래 믿는다는 뜻인가. 꽃이 있

던 자리에는 무성한 녹색의 잎. 녹색의 잎이 사라

지면 녹색의 빈 가지가. 잊는다는 것은 잃는다는

것인가.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되돌려주는

것인가. 흙으로 돌아가듯 잿빛에 기대어 섰을 때

사물은 제 목소리를 내듯 흑백을 뒤집어썼다. 내

가 죽으면 사물도 죽는다. 내가 끝나면 사물도 끝

난다. 다시 멀어지는 것은 나인가 바람인가. 사람

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

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꽃을 숨기고 있는 사람

이다.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

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