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
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
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
다. 모르는 사이 사라지는 꽃. 꽃들은 자꾸만 바
닥으로 떨어졌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너는 희미하게 서
있었다. 감정이 있는 무언가가 될 때까지. 굳건
함이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움직이지 않
는다는 것은 오래오래 믿는다는 뜻인가. 꽃이 있
던 자리에는 무성한 녹색의 잎. 녹색의 잎이 사라
지면 녹색의 빈 가지가. 잊는다는 것은 잃는다는
것인가.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되돌려주는
것인가. 흙으로 돌아가듯 잿빛에 기대어 섰을 때
사물은 제 목소리를 내듯 흑백을 뒤집어썼다. 내
가 죽으면 사물도 죽는다. 내가 끝나면 사물도 끝
난다. 다시 멀어지는 것은 나인가 바람인가. 사람
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
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꽃을 숨기고 있는 사람
이다.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
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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