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의 기분
-하린
어떻든 사람입니다
천사가 아닙니다
마당이거나 골목이거나 언덕이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랫목은 어디입니까
고드름은 왜 생깁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당신은 백색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하늘로부터 주관성을 부여받았습니다
눈 속의 눈이 생길 수 있고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많은 감정이 없습니다만
특별한 비밀이 있습니다
적막과 대면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뼈와 살과 피와 심장과 마음이 하나라는 착각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 길고양이를 찾아 나설 참입니다
나를 보고 놀라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어볼 것입니다
벌벌 떨고 있는
배고픈 새끼 고양이를 만난다면 처음으로 울것입니다
그만 녹아 흐를 것입니다
머리가 재빨리 심장에 달라붙어 기형이 되어 무너질 것입니다
전이일까요
자리바꿈일까요
끝까지 실패만 하는 생이란 없으니까
수평이 된다고 끝이 아닐 것입니다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누군가 그리운 겨울엔 기필코 사람입니다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왼쪽 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처럼 / 안차애 (0) | 2022.12.29 |
---|---|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 / 이근화 (0) | 2022.12.28 |
물고기 / 김재진 (0) | 2022.12.25 |
아웃복싱 / 서연우 (0) | 2022.12.25 |
첼리스트 / 김보나 (0) | 202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