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왼쪽 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처럼 / 안차애

주선화 2022. 12. 29. 09:51

왼쪽 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처럼*

 

-안차애

 

 

물방울의 망막에 맺힌 풍경이 건너온다

기억과 망원렌즈 사이의 굴절일 수도 있다

 

반은 가려져 있고

나머지 반의 절반은 흔들리거나 흘러내리는

여자와 택시와 길들

 

식어가는 중인가 미열이 오르는 중인가

건너가는 중인가 돌아오는 중인가

어렴풋이 돋아나는 중인가

희미하게 스러지는 중인가

 

빨강 우산의 무중력의 눈길을 밀어 올린다

컷과 컷 사이의 행복이라는 어리석음이, 찰칵

끝이 흐린 플래시를 터뜨린다

노란 택시가 틈과 그때의 방향을 몰고 가고,

 

순환구조형식이어서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다

 

눈송이와 빗방울이 길을 묻지 않듯

점, 점, 점

휘날리는 목적지들

 

왼쪽 귀를 간지럼히는 빗소리처럼

내 안에서 떠도는, 창문 밖의

온도들

 

 

*사진작가 사울 레이트(Saul leiter)의 다큐멘터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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