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사막 거북 / 정끝별

주선화 2023. 6. 28. 10:39

사막 거북

 

-정끝별

 

 

사막에서 물을 잃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가물에 콩 나듯 사막에서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살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어떤 것은 버렸을 때만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은 비워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진 두 발을 본 적이 있다

피딱지가 엉겨 있었다

 

어느 거리였을까

어느 밥벌이 전쟁터였을까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끝(외 1편) / 조성국  (0) 2023.07.14
일요일에도 자라는 나무 / 김광규  (0) 2023.07.11
산책자 보고서 / 신용목  (0) 2023.06.26
백일홍 편지 / 배재경  (0) 2023.06.23
모래는 뭐래 / 정끝별  (0)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