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거북
-정끝별
사막에서 물을 잃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가물에 콩 나듯 사막에서 만나는 풀이나 선인장에게 병아리 눈물만큼의 물을 얻어 몸속에 모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그마저도 다 버린다
살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나도 슬픔에 빠지면 몸속에 모았던 물을 다 비워낸다 쏟아내고서야 살아남았던 진화의 습관이다
어떤 것은 버렸을 때만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은 비워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쏟아내고서야 단단해지는 것들의 다른 이름은?
돌처럼 단단해진 두 발을 본 적이 있다
피딱지가 엉겨 있었다
어느 거리였을까
어느 밥벌이 전쟁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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