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내 아름다운 녹 / 장옥관

주선화 2023. 9. 26. 13:50

내 아름다운 녹

 

-장옥관

 

 

녹을 온 몸에 받아들이는 종을 보았다

암세포 서서히 번지는 제 몸 지켜보는 환자처럼

 

녹은 아름다웠다

움켜쥐면 바스락 흩어지는 버즘나무 가을은 저

홀로 깊이 물들었다

 

나는 지금 녹물 든 사람

 

링거 수액 스며드는 혈관 속 무수한 계절은 피어나고

거품처럼 파꽃이 피고

박새가 부리 비비는 산수유 가지에 노란 부스럼이 돋아나고

 

두꺼운 커튼 드리운 병실 바깥의 고궁

처마에 매달린 덩그랑 당그랑

 

쉰 목소리

 

파르라니 돋은 어스름 속으로

누가 애 터지게 누군갈 부르나니, 그 종소리.

 

 

* 2023년 이용악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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