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기별
-송미선
어쩌면, 이라는 말이 음역을 높였다
골목으로 달아나는 맥놀이를 좇다가 소나기를 만났
다 처마 아래로 숨어든다 발등으로 튀어 오르는 빗방
울을 비껴 카치발로 반걸음 물러선다 사자머리 대문
손잡이가 등을 물어 당긴다 무릎이 젖는 것을 기별이
라 한다면 발끝을 빗줄기 속으로 힘껏 뻗는 것을 무엇
이라 할까 얼굴은 빗물에 범벅이 되어 붉은 눈자위는
오히려 안전하다 멀어지는 발자국소리를 거꾸로 세며
발끝으로 빗줄기를 튕긴다
주목이 풀리지 않아 악수를 청하지 못했다
웅크러진 등은 골목을 꺾어 사라진다 두 눈을 감은
채 확률을 무시하고 주사위를 던진다 울리지 않는 전
화벨 대신 삼 분 간격으로 알람을 설정한다 스러져가
는 휘파람으로 오랫동안 손톱을 만지작거린다
환절기마다 살갗이 두꺼워진다
계절은 우산 쓴 사람들 사이로 지나간다
*송미선 시집 「이따금 기별」 (상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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