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우루사
-최 휘
어디선가 혼자가 되고 외로울 때
나는 청산도 우루사를 생각한다
청산도 우루사는 유채꽃이고 청보리밭이고 둘레길이고 고등어 파시
때 몰려오는 삼천 명의 발걸음이고 동백꽃이고 서편제 주막이고 송화의
판소리다
힌든데 우루사나 사 먹을까 하고 들어갔는데
이 약이 참 맛있습니다
청산 약국 약사의 말은 다디달고
약국 문 앞에서 우루사를 나눠 먹던 우리는 참을 수 없이 힘차게 웃었다
3월의 풍랑은 예쁜 여자가 섬에 들어왔다는 겁니다 그 여자 못나가게 하려고
풍랑이 일지요 풍랑이 셀수록 예쁜 여자랍니다
청산도에는 별별 이야기가 만발하고
노란 봄동꽃은 파란 바다를 일제히 흔들고
풍랑은 우루사로 묶인 두 영혼을 흩어놓아도
청산도의 나날은
내 생의 가장 뜨거운 땡볕이었으니
가장 깊은 역류였으니
천둥처럼 날뛰던 변덕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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