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청산도 우루사 / 최 휘

주선화 2023. 11. 9. 13:06

청산도 우루사

 

-최 휘

 

 

어디선가 혼자가 되고 외로울 때

나는 청산도 우루사를 생각한다

 

청산도 우루사는 유채꽃이고 청보리밭이고 둘레길이고 고등어 파시

때 몰려오는 삼천 명의 발걸음이고 동백꽃이고 서편제 주막이고 송화의

판소리다

 

힌든데 우루사나 사 먹을까 하고 들어갔는데

이 약이 참 맛있습니다

청산 약국 약사의 말은 다디달고

약국 문 앞에서 우루사를 나눠 먹던 우리는 참을 수 없이 힘차게 웃었다

 

3월의 풍랑은 예쁜 여자가 섬에 들어왔다는 겁니다 그 여자 못나가게 하려고

풍랑이 일지요 풍랑이 셀수록 예쁜 여자랍니다

 

청산도에는 별별 이야기가 만발하고

노란 봄동꽃은 파란 바다를 일제히 흔들고

풍랑은 우루사로 묶인 두 영혼을 흩어놓아도

 

청산도의 나날은

내 생의 가장 뜨거운 땡볕이었으니

가장 깊은 역류였으니

천둥처럼 날뛰던 변덕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