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장미의 방 / 김재근

주선화 2024. 9. 18. 07:12

장미의 방

 

- 김재근

 

 

여긴 고요해 널 볼 수 없다

메아리가 닿기에

여긴 너무 멀어 몸은 어두워진다

시간의 먼 끝에 두고 온

목소리

하나의 빗소리가 무거워지기 위해

몸은 얼마나 오랜 침묵을 배웅하는지

몸 바깥에서 몸 안을 들여다보는

자신의 눈동자

아직 마주친 적 없어

침묵은 떠나지 않는다

말없이 서로의 몸을 찾아

말없이 서로의 젖은 목을 매는 일

빙하에 스미는 숨소리 같아

잠 속을 떠도는 몽유 같아

몸은 빗소리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