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능소화 핀 언덕 마을 / 황형철

주선화 2024. 9. 8. 12:03

능소화 핀 언덕 마을

 

-황형철

 

 

꽃이 귀한 계절에 피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어

 

장마도 태풍도 견디고 뙤약볕쯤 아랑곳없이

높은 담을 타고 피랑도 건너고야 마는

집념을 알겠니

 

그때 온몸에 찌릿한 근육통 말이야

 

한여름 뜨겁게 살다 가면 그만인 듯

창창한 꽃봉오리를

과감히 떨구는 결심은 무섭고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젖 먹던 힘을 다해 고비를 넘고

깜깜 절벽에 몸을 던지기도 하는

아찔한 생각 빨갛게 번져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게임도 아닌데

집이 집을 받치며

층층이 올라가는 이야기는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넝쿨

다름 아니겠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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