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거울의 자매들 / 김재근

주선화 2024. 9. 19. 09:10

거울의 자매들

 

- 김재근

 

 

이렇게 그릴 데가 많았나

이렇게 고칠 때가 많았나

 

어쩌다 마귀할멈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데

 

거울아 거울아

들여다볼수록 얼굴은 딱딱해진다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

어디까지 만져야 하나?

 

시간을 놓친 얼굴은 먼 얼굴 같아

길 잃은 낙타 같아

누구도 도울 수 없는데

얼굴을 낳을수록 묵음이 되어가는 자매

 

더 그릴 데도

더 고칠 여백도 없어

번갈아가며

서로를 들여다보는데

자신의 얼굴을 수소문하는데

 

이렇게 참을성 없는 얼굴은 처음이야

이렇게 고치고 지우는 얼굴은 우리뿐일걸

 

들여다볼수록 위장술은 늘어난다

 

거울아 거울아

오늘은 어떤 얼굴을 낳아줄래

더 도울 얼굴이 없어 거울도 힘이 드는데

자매는 포기할 수 없다

 

호호호

입김 불며

속눈썹을 붙이는 자매

이게 최선일까

이렇게 정직한 얼굴은 우리뿐인가

 

매일매일 자매는 태어나고

매일매일 자매는 늘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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