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열무 비빔밥 / 주영현

주선화 2024. 11. 25. 10:08

열무 비빔밥

 

- 주영현

 

 

휴일 아침 아이들의 문제로 아내와 투덕거렸습니다.

 

집 안에 찬바람이 부니

속도 같이 휑합니다.

 

슬슬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점심 차릴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배꼽시계는 알람처럼 잘도 울린다고

투덜거리던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엽니다.

 

열무김치가 맛잇게 익었습니다.

 

큰 그릇에 흰 쌀밥과 열무김치를 넣고

계란부침, 고추장과 참기름

오늘 아침 속상한 감정들까지 다 넣어 쓱쓱 비빕니다.

 

섞여 있지만 섞이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저 모습

 

비벼지는 열무 비빔밥처럼 내 마음도 빨갛게 익어갑니다.

 

우리의 삶도 저 열무 비빔밥처럼 맛있게

비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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