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비빔밥
- 주영현
휴일 아침 아이들의 문제로 아내와 투덕거렸습니다.
집 안에 찬바람이 부니
속도 같이 휑합니다.
슬슬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점심 차릴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배꼽시계는 알람처럼 잘도 울린다고
투덜거리던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엽니다.
열무김치가 맛잇게 익었습니다.
큰 그릇에 흰 쌀밥과 열무김치를 넣고
계란부침, 고추장과 참기름
오늘 아침 속상한 감정들까지 다 넣어 쓱쓱 비빕니다.
섞여 있지만 섞이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저 모습
비벼지는 열무 비빔밥처럼 내 마음도 빨갛게 익어갑니다.
우리의 삶도 저 열무 비빔밥처럼 맛있게
비벼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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