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고 첩첩인
-채상우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고 또 그 아래 벚꽃이 피고 그러는 그사이
핀 벚꽃 곁에 지고 있는 벚꽃 그리고 그 곁에 피다 만 벚꽃 그 사이
그 사이들 속에 그 사이와 그 사이 그리고 사이사이들
그 사이들이 어두워졌다 환해지고 다시 어두워지는 사이 그사이
그 찰나들 속의 찰나들 속의 찰나들 속의 사이 그사이와 그 사이가
분별없어지는 사이
그리하여 겹겹으로 쌓이는 출세간 첩첩으로 무너지는 출출세간
무량수전 한 채
새가 두 번 우는 까닭은
왜 그렇다잖아 사람이 말야 죽기 전에 말야 사람이 죽기
몇 분 전에 말야 자기가 살아온 한생을 통째로 기억한다잖아
낱낱이 되산다잖아 주마등처럼 내달리는 등불처럼 어쩌면 지
금이 바로 그때인지도 몰라 바로 지금이 마지막 숨결을 삼키
고 있는 그 찰나인지도 몰라 그래서 몇 십 년 전 일이 아까만
같고 시방 피고 있는 저 목련이 이미 오래전에 지던 그 목련만
싶고 그래서 금방 지나고도 영영 그리워지고 내내 서운해지는
그래서 그래서인 거야 새가 두 번 우는 까닭은 피고 지는 목련
아래 아내 손을 맨 처음인 듯 꼬옥 쥐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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