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
-김은상
꽃이 마음인 줄 알았는데
꽃 진 자리,
그 아득함이 마음이었다
외롭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그 말이
저기 저곳에서
꽃이 지고 있다는 뜻인 줄 알지 못했다
내 안에 내가 흘러넘쳐
어쩔 줄 몰라하던
이명,
겨울이 오고서야 알았다
외로운 사람과
그리운 사람의 입술이
서로의 손에 호, 호,
입김을 채워줄 수 있는 다정이
성에꽃 찬란함이라는 것을
꽃의 내륙에
바람의 내력을 담고서야 알았다
외롭다는 말과
그립다는 말의 때늦음이
겨우
계절이라는 것을
사랑 그후,
서성이며 일렁이며 불어오는
매미의 빈 날개를
촛불 속에 적시며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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