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꽃 진 자리 / 김은상

주선화 2025. 4. 14. 07:55

꽃 진 자리

 

-김은상

 

 

꽃이 마음인 줄 알았는데

꽃 진 자리,

 

그 아득함이 마음이었다

 

외롭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그 말이

 

저기 저곳에서

꽃이 지고 있다는 뜻인 줄 알지 못했다

 

내 안에 내가 흘러넘쳐

어쩔 줄 몰라하던

 

이명,

 

겨울이 오고서야 알았다

 

외로운 사람과

그리운 사람의 입술이

서로의 손에 호, 호,

 

입김을 채워줄 수 있는 다정이

성에꽃 찬란함이라는 것을

꽃의 내륙에

바람의 내력을 담고서야 알았다

 

외롭다는 말과

그립다는 말의 때늦음이

 

겨우

계절이라는 것을

사랑 그후,

 

서성이며 일렁이며 불어오는

매미의 빈 날개를

 

촛불 속에 적시며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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