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겹겹이고 첩첩인 / 채상우

주선화 2025. 4. 16. 09:22

겹겹이고 첩첩인

 

-채상우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고 또 그 아래 벚꽃이 피고 그러는 그사이

핀 벚꽃 곁에 지고 있는 벚꽃 그리고 그 곁에 피다 만 벚꽃 그 사이

 

그 사이들 속에 그 사이와 그 사이 그리고 사이사이들

 

그 사이들이 어두워졌다 환해지고 다시 어두워지는 사이 그사이

그 찰나들 속의 찰나들 속의 찰나들 속의 사이 그사이와 그 사이가

분별없어지는 사이

 

그리하여 겹겹으로 쌓이는 출세간 첩첩으로 무너지는 출출세간

 

무량수전 한 채

 

 

 

새가 두 번 우는 까닭은

 

 

  왜 그렇다잖아 사람이 말야 죽기 전에 말야 사람이 죽기

몇 분 전에 말야 자기가 살아온 한생을 통째로 기억한다잖아

낱낱이 되산다잖아 주마등처럼 내달리는 등불처럼 어쩌면 지

금이 바로 그때인지도 몰라 바로 지금이 마지막 숨결을 삼키

고 있는 그 찰나인지도 몰라 그래서 몇 십 년 전 일이 아까만

같고 시방 피고 있는 저 목련이 이미 오래전에 지던 그 목련만

싶고 그래서 금방 지나고도 영영 그리워지고 내내 서운해지는

그래서 그래서인 거야 새가 두 번 우는 까닭은 피고 지는 목련

아래 아내 손을 맨 처음인 듯 꼬옥 쥐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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