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잇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하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엇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1990년>
*정호승(58)시인만큼 노래가 된 시편들을 많이 가진 시인도 드물다
따뜻한 슬픔으로 세상을 포옹하는 그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좋은 서정시
한편이 우리를 얼마나 맑게 정화시키고 깊게 위로 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그는 별의 시인이다
그것도 새벽별의 시인이다
눈 내리는 보리밭길에 흰 첫 별이 뜰 때부터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에
푸른 마지막 별이 질 때까지 총총한 저 별들에 길을 물으며
캄캄한 겨울을 통과하리라. 그 별들의 반짝임과 온기야말로 우리를 神신에
혹은 詩시에 가까이 가게 만드는 것이다 (정끝별)
'현대시 추천 1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바다 / 김남조 (0) | 2008.01.25 |
---|---|
님의 침묵 / 한용운 (0) | 2008.01.24 |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0) | 2008.01.21 |
목마와 숙녀 / 박인환 (0) | 2008.01.19 |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1) | 2008.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