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추천 100

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주선화 2008. 1. 23. 10:59

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잇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하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엇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1990년>

 

 

*정호승(58)시인만큼 노래가 된 시편들을 많이 가진 시인도 드물다

따뜻한 슬픔으로 세상을 포옹하는 그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좋은 서정시

한편이 우리를 얼마나 맑게 정화시키고 깊게 위로 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그는 별의 시인이다

그것도 새벽별의 시인이다

눈 내리는 보리밭길에 흰 첫 별이 뜰 때부터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에

푸른 마지막 별이 질 때까지 총총한 저 별들에 길을 물으며

캄캄한 겨울을 통과하리라. 그 별들의 반짝임과 온기야말로 우리를 神신에

혹은 詩시에 가까이 가게 만드는 것이다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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