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소나기/나희덕
노인도 아기도 벌거벗었다빗줄기만 걸쳐 입은 노인의 다리가마른 수숫대처럼 여위었다늘어진 성기, 주름진 사타구니 아래로비는 힘없이 흘러내리고오래 젖을 빨지 못한 아기의 눈이흙비에 젖어 있다옥수수가 익으려면 아직 멀었다연길 들판, 소나기 속으로늙은 자연이 어린 자연을 업고 걸어가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