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이은봉
생각이 문제다 생각이 나를
늪으로, 사막으로, 초원으로, 숲으로, 사무실로, 시장으로 끌고 다닌다
질척이는 늪에 빠져 있다는 생각!
지친 사막에 내던져져 있다는 생각!
드넓은 초원에 버려져 있다는 생각!
더러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숲의 그늘에 자리를 펴고 누워 졸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어지럽지 않다
그런 때는 아프지 않다
그런 때는 슬프지 않다
생각은 제비의 날개를 갖고 있다 수직을 , 수평을, 원을 그리며 나를 끌고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닌다
생각이 나를 숲이 아니라 도시의 거리로, 사무실로, 시장으로 몰고
갈 때는 조금씩 버겁고 힘들다
북적대는 거리에 팽개쳐져 있다는 생각!
서류로 가득한 사무실에 갇혀 있다는 생각!
몇 푼 벌기 위해 이리저리 쫓기고 있다는 생각!
더러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내 방 침대에 누워 시집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때는 입 안이 달콤해진다
그런 때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런 때는 온 몸이 부드러워진다
어떤 생각을 해야하나? 생각이 문제다 생각 밖에서 늘 제멋대로 떠돌고 있는
생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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