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劍 / 이유경
박물관에서 뼈만 남은 고검 한 자루를 본다
피투성이 시간들 녹슬어 떡이 돼있고
첩첩한 어둠 한 가운데
無名장수의 미라처럼 눕혀져 있지만
그의 뼈 속 어딘가 시퍼런 날이 숨어 있다
*현대시학 2009년 3월호
가구처럼
새벽을 깨고 나온 사내 하나
주린 몸 구겨 컴퓨터 앞에 차려 놓고
세상과 대면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허송하면서
세속적인 것과 얽혀
신 들려 했는지, 어찌 하려고
시 몇 줄에 누더기 된 말들 걸쳐놓고
머리칼 쥐어짜며 삹아 왔는지
더 알려고 않고 그는
오늘 하루 보내려 합니다 가구처럼
* 시로 여는 세상 200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