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구순의 입과 입술에는/ 문태준

주선화 2011. 3. 25. 13:13

구순의 입과 입술에는 / 문태준

 

 

내 옆집 九旬의 입과 입술에는 작은 언덕이 하나 느릿느릿 움직여갔습니다

구붓하게 걸어갈 때 큰 귀가 풀잎처럼 떠 있었습니다

숨이 가프고 지난해 풀벌레 소리가 났습니다

가끔 어떤 속말에는 잔물결처럼 웃고 이내 험물어지듯 손을 내저었습니다

앉아도 꽤 여럿이 앉을 긴 의자에 혼자 앉았습니다

흐릿한 빛이 지나가는지 슬며시 눈을 감앗다 떴습니다

두어 번 물어도 그렇지, 그렇지,라고만 나직이 말했습니다

구순의 입과 입술에는 저 먼 계곡처럼 무른 구름 더미가 가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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