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길 / 김철순
엄마가 사과를 깎아요
동그란 동그란
길이 생겨요
나는 얼른 그 길로 들어가요
동그란 동그란 길을 가다보니
연분홍 사과꽃이 피었어요
아주 예쁜 꽃이에요
조금 더 길을 가다보니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혔어요
아주 작은 아기 사과에요
해님이 내려와서
아기를 안아 주었어요
가는 비는 살금살금 내려와
아기에게 젖을 물려 주었어요
그런데 큰일났어요
조금 더 가다보니
큰바람이 마구마구 사과를 흔들어요
아기 사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어요
아기 사과는 있는 힘을 다해
사과나무에 매달려 있었어요
조금 더 동그란 길을 다가보니
큰바람도 지나고 아기 사과도 많이 자랐어요
이제 볼이 붉은 잘 익은 사과가 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길이
툭,
끊어졌어요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길에서 뛰어내렸죠
엄마가 깎아 놓은 사과는
아주 달고 맛이 있어요
냄비
쉿!
조용히 해
저,
두 귀 달린 냄비가
다 듣고 있어
우리 이야기를 잡아다가
냄비 속에 집어넣고
펄펄펄
끓일지도 몰라
그럼,
끓인 말이 어떻게
저 창문을 넘어
친구에게 갈 수 있겠어?
저 산을 넘어
꽃을 데려올 수 있겠어?
플라타너스 잎
숙제 못해서
학교 가기 싫은 마음
자꾸만자꾸만
학교 가기 싫은 마음
샘처럼 송송송
솟아나는 걸,
솟아난 마음
시냇물처럼
졸졸졸 흐르는 걸,
점점점 물이 불어나는 걸,
이제는 그 마음 건너지 못해
정말,
학교에 못 갈 것 같은 내 마음
플라타너스 나무는
어떻게 알았을까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한 잎,
두 잎,
잎 떨구어
징검돌 놓아 준다
* 당선작(사과의 길)은 다른 응모작들보다 보기 힘든 긴 호흡으로 아기자기한 이미지의 환상적인
서사를 빗어내고 있다 엄마가 사과를 깎는 동안 아이는 사과껍질이 내는 (사과의 길)로 들어서고, ......
심사: 김용택,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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