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유도화 긴 잎으로 / 조용미

주선화 2011. 5. 23. 12:53

유도화 긴 잎으로 / 조용미

 

 

유도화 긴 잎으로 내 가슴을 찌르고 싶다

그러면

고여져 있던  말들이 콸콸 쏟아져나올까

내가 세상에 내어놓은 말들이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며 마구 뛰어다닐까

그걸 다 끄집어내고 나면

냄새도 나지 않는다지 썩지도 않는다지

아름다운 몸만 아슬아슬 남는다지

그 자리에

진통제 대신 해와 바람과 시간을 채워넣으리라

 

그러면 나는 오동 어두운 나무 두 그루를

양옆에 세워두고

천년이 넘도록 오래오래

말없는 자의 지복을 누리겠네

빈 몸 따스하겠네

그땐 무얼 말하고 싶어지겠네

갈대를 타고 긴 강 건너지 않아도 좋으리

다라수 잎사이에 새겨진 經을

읽지 못해도 좋으리

 

유도화 잎도 나처럼

맥이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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