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화 긴 잎으로 / 조용미
유도화 긴 잎으로 내 가슴을 찌르고 싶다
그러면
고여져 있던 말들이 콸콸 쏟아져나올까
내가 세상에 내어놓은 말들이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며 마구 뛰어다닐까
그걸 다 끄집어내고 나면
냄새도 나지 않는다지 썩지도 않는다지
아름다운 몸만 아슬아슬 남는다지
그 자리에
진통제 대신 해와 바람과 시간을 채워넣으리라
그러면 나는 오동 어두운 나무 두 그루를
양옆에 세워두고
천년이 넘도록 오래오래
말없는 자의 지복을 누리겠네
빈 몸 따스하겠네
그땐 무얼 말하고 싶어지겠네
갈대를 타고 긴 강 건너지 않아도 좋으리
다라수 잎사이에 새겨진 經을
읽지 못해도 좋으리
유도화 잎도 나처럼
맥이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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