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팔월 즈음 / 최영철

주선화 2011. 12. 9. 10:36

팔월 즈음 / 최영철

 

 

  여자를 겁탈하려다 여의치 않아 우물에 집어던져버렸다고 했다 글쎄 그

놈의 아이가 징징 울면서 우물 몇 바퀴를 돌더라고 했다 의자 하나를 들

고 나와 우물 앞에 턱 갖다놓더라고 했다 말릴 겨를도 없이 엄마, 하고 외

치며 엄마 품속으로 풍덩 뛰어 들더라고 했다 눈 딱 감고 수류탄 한 발을

까 넣었다고 했다

 

  담담하게 점령군의 한때를 회고하는 백발의 일본 늙은이를 안주 삼아

나는 소주 한 병을 다 깠다 캄캄하고 아득한 소주병 속으로 제 몸에 불을

붙인 팔월이 투신 하고 있다 자욱한 잿더미의 빈 소주병 들여다보여 나는

엄마, 하고 불러보았다 온몸에 불이 붙은 아이들이 엄마, 엄마, 울먹이며

내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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