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거미의 힘 / 박규리

주선화 2012. 2. 18. 19:35

거미의 힘 / 박규리

 

 

오랜만에 창을 여니

거미줄이 나의 방을 눈부신 빗장으로 채워놓았다

눈물보다 강한 제 몸의 뿌리를 하늘 향해 거침없이  뻗어올렸다

믿을 수 없다

거미가 이 넓은 세상을 온몸으로 거머쥐는 법

 

오직 단 한 줄로 엮은 이 슬픈 족쇄의

시작은 어디이고, 그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두려움에 떨리는 손으로 미리 끊어내지만 않는다면

기다림에 지쳐 이 무정한 끈을 먼저 놓지만 않는다면

아직은 나도, 쉿!

 

조금은 더 숨죽여 기다릴 게 남은 것 아니냐

문득, 이 자리에서

끊길 듯 끝나지 않은 내 사무친 노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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