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힘 / 박규리
오랜만에 창을 여니
거미줄이 나의 방을 눈부신 빗장으로 채워놓았다
눈물보다 강한 제 몸의 뿌리를 하늘 향해 거침없이 뻗어올렸다
믿을 수 없다
거미가 이 넓은 세상을 온몸으로 거머쥐는 법
오직 단 한 줄로 엮은 이 슬픈 족쇄의
시작은 어디이고, 그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두려움에 떨리는 손으로 미리 끊어내지만 않는다면
기다림에 지쳐 이 무정한 끈을 먼저 놓지만 않는다면
아직은 나도, 쉿!
조금은 더 숨죽여 기다릴 게 남은 것 아니냐
문득, 이 자리에서
끊길 듯 끝나지 않은 내 사무친 노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 고희의 귀 / 이경임 (0) | 2013.08.13 |
---|---|
봄, 잔혹동화 / 김도언 (0) | 2013.04.08 |
방언 / 고영민 (0) | 2012.01.20 |
팔월 즈음 / 최영철 (0) | 2011.12.09 |
목젖 / 박성우 (0) | 2011.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