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15년 노작 문학상

주선화 2016. 1. 4. 11:26

우리 모두의 마술 / 신용목

 

  그런 풍경은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여주는 풍경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삼성역을 나왔을 때

  유리창은 계란 칸처럼 꼭 한 알씩 태양을 담았다가 해가 지면

가로등 아래 깨뜨린다.

 

  그들이 스스로 높이를 메워버린 후 인간은 겨우 추락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날개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삼성역 4번 출구 뒷골목 걷다가 노란 가로등 아래를 지

나며 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유리창에 비친 빰을 벽에다 갈며 지하철이 지나간다. 땅

속의 터널처럼, 밤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이라면 가로등은

끝나지 않는 창문이라고......

 

  냉장고 문을 닫아도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게 열려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마술은 아직 초연되지 않은 마술을 재연하는

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성역을 지나갈 때

  이쪽 빌딩에 나타났던 택시가 사라졌다가 저쪽 빌딩에 나

타나는 것을 보면, 나는 언제든 사라질 수도 나타날 수도 있

을 것 같다.

  이렇게 달려가면서,

  아무데서도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우회전을 하면

다리를 건너는데......

 

백미러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깨진 유리 속이면 사람은 한 명으로도 군중을 만든다. 인

간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