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다
ㅡ김수상
원기사 가는 길
가파르다
하도 가팔라서 땅을 물고 간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한다
땅만 보고 간다
지금 여기가 전부다
새는 허공을 물고
나는 땅을 물고 간다
살구나무에 이는 바람은
지금, 살구꽃을 물었다
간다, 지금 내가 물고 가는 이 길은
봄을 다 물고 있는 자리,
물고 온 그 봄을
원기사 평상에 부려놓으니
땀난다, 이마 환하다
처지다
절 마당에 수양매실 환하다
휘휘 늘어졌다
어떤 가지들은 땅에 닿았다
꽃으로 잘 엮은 주렴 같다
봄바람에 마음을 다 내주었나
느릿느릿 마당을 쓸고 있다
이제는 처지는 것들이 좋다
솟구치는 것들의 진절머리,
힘 풀고 아래로 아래로만 나붓거리는 마음이여,
생각 없이 사는 유순한 마음이여,
늘어진 꽃가지 사이로
내 마음도 한 가지인양
척, 감겨든다
*불교와 문학
ㅡ김수상
원기사 가는 길
가파르다
하도 가팔라서 땅을 물고 간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한다
땅만 보고 간다
지금 여기가 전부다
새는 허공을 물고
나는 땅을 물고 간다
살구나무에 이는 바람은
지금, 살구꽃을 물었다
간다, 지금 내가 물고 가는 이 길은
봄을 다 물고 있는 자리,
물고 온 그 봄을
원기사 평상에 부려놓으니
땀난다, 이마 환하다
처지다
절 마당에 수양매실 환하다
휘휘 늘어졌다
어떤 가지들은 땅에 닿았다
꽃으로 잘 엮은 주렴 같다
봄바람에 마음을 다 내주었나
느릿느릿 마당을 쓸고 있다
이제는 처지는 것들이 좋다
솟구치는 것들의 진절머리,
힘 풀고 아래로 아래로만 나붓거리는 마음이여,
생각 없이 사는 유순한 마음이여,
늘어진 꽃가지 사이로
내 마음도 한 가지인양
척, 감겨든다
*불교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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