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김다영 약사가 웃는다 / 이만영

주선화 2020. 4. 16. 10:51

김다영 약사가 웃는다
ㅡ 이만영


태양을 오려낸 색종이

창문 블라인드 틈으로 
하루 치의 햇살이 약국 간판을 오려 붙인다

한 번도 반성해본 적 없는 손가락
고개 숙인 사람들

김다영 약사가 빙긋이 웃고 나는 나에게 처방전을 쓴다

물고기처럼 익사하지 않는
약을 줄까요, 혹은 날개 달린 겨드랑이를 처방할까요

암울한 목구멍에 항암제를 털어 넣는다

되살아나지 않는 목소리와 입꼬리마다 무뎌지는 이름들
상비약으로 촘촘한 일상이 
오와 열을 맞춘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바깥에는 같은 뉴스, 처방만 되풀이될 뿐

김다영 약사가 옥외간판 불을 끈다

새장 속의 새들이 가벼워지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