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송광사 / 조은길

주선화 2020. 4. 25. 10:43

송광사

- 조은길



한 권의 펴다 만 책이다


수만 장 찰흙 기와로

봉해 놓은 겉장

천 년 묵은 참나무 허벅지로

눌려놓은 책갈피


천근만근 조계산이 붉으락푸르락

책 모서리를 움켜쥐고 있는


산 밖의 책에 신물 난 사내들이

책장을 넘기려고 백자 단지 같은 머리통을

들었다 놓았다 갖은 애를 쓰고 있는


때때로 쇠북 채를 치켜들고

꽝꽝 책의 귀를 두드려보지만

귀 얇은 허공만 시퍼렇게 피멍이 들 뿐


아직 아무도 첫 페이지를 못 넘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