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 조은길
한 권의 펴다 만 책이다
수만 장 찰흙 기와로
봉해 놓은 겉장
천 년 묵은 참나무 허벅지로
눌려놓은 책갈피
천근만근 조계산이 붉으락푸르락
책 모서리를 움켜쥐고 있는
산 밖의 책에 신물 난 사내들이
책장을 넘기려고 백자 단지 같은 머리통을
들었다 놓았다 갖은 애를 쓰고 있는
때때로 쇠북 채를 치켜들고
꽝꽝 책의 귀를 두드려보지만
귀 얇은 허공만 시퍼렇게 피멍이 들 뿐
아직 아무도 첫 페이지를 못 넘긴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을 따라 번지는 불의 장미 / 진혜진 (0) | 2020.07.02 |
---|---|
물다 / 김수상 (0) | 2020.06.22 |
김다영 약사가 웃는다 / 이만영 (0) | 2020.04.16 |
나무의 푸른 자궁이 열릴 때 / 이가을 (0) | 2019.04.23 |
밤의 프랑스어 수업 / 김경미 (0) | 2018.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