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
ㅡ 조창환
반짝 빛난 것이 비늘이었던가
수양버들 그늘 사이 봄빛이었던가
섬진강 물길에는 봄 벚꽃 잎 하르르 쏟아지고
은어 떼는 흰 나비처럼 자유롭다
백자 항아리에 매화 그늘 비치듯
강물을 끌어안은 은어 떼가 얼비친다
한때 불이었고, 한때 바람이었고
한때 그리움이었고, 한때 사랑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한 천년쯤 저쪽에 있는
헬리콥터 자국 같은
은어 떼 간다
*시집 《황량한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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