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은어 / 조창환

주선화 2021. 7. 12. 12:30

은어

 

ㅡ 조창환

 

 

반짝 빛난 것이 비늘이었던가

 

수양버들 그늘 사이 봄빛이었던가

 

섬진강 물길에는 봄 벚꽃 잎 하르르 쏟아지고

 

은어 떼는 흰 나비처럼 자유롭다

 

백자 항아리에 매화 그늘 비치듯

 

강물을 끌어안은 은어 떼가 얼비친다

 

한때 불이었고, 한때 바람이었고

 

한때 그리움이었고, 한때 사랑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한 천년쯤 저쪽에 있는

 

헬리콥터 자국 같은

 

은어 떼 간다

 

 

 

*시집 《황량한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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