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침착의 선물 / 이미산

주선화 2021. 12. 12. 11:20

침착의 선물

 

ㅡ이미산

 

 

아쉬취리는 두 아이의 엄마

순례객 실어 나르는 과부마방

 

노새의 이름이 '꽃이 핀다'

두 노새가 비틀거리며 노래한다, 꽃이 핀다 꽃이 핀다

 

노래가 매리설산에 닿아

뼛조각으로 누운, 역시 과부마방이었던 그녀의 엄마를

깨운다 협곡에 울려 퍼지는 꽃이 핀다

 

녹초가 되는 밤

몸이 꽃을 피우려

어둠이 된 얼굴을 초대한다 웃는 별 하나가 오르골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온다 오르골 오르골 코 고는 소리 같은

기다림

 

별이 담장에 앉아 잠꼬대가 보글보글 끓는

노새의 꿈속을 듣는다, 떠나야 한다 아니다 떠나고 싶다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노새의 지갑이 활짝 열린다 모처럼

따뜻한 밤

따듯한 잠

 

따뜻한 물에 담긴 가족이 마주 보며 웃는다, 꽃이 핀다 꽃이 핀다

발아를 기다리는 꽃씨들 학교로 돌아가고

 

터벅터벅 노새와 노새가 걸어간다

설산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등에 꽃물 들 때까지

 

 

*침착의 선물 : 아테나가 오디세우스에게 준 선물, 폭풍우를 이겨내게 함.{율리시즈} 1권,170쪽. 범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