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은 발명되었다
ㅡ노태맹
계단은 천사의 날개,
날개 없는 인간들을 위하여 천사는 계단을 쌓고
태양과 별들과 구름의 말들이 있는
저 높은 궁전을 올려다보게 하였네.
계단은 인간의 발자국이 새겨진 발명품,
향기로운 천사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와이파이를 올리고
태양과 별들과 구름의 말들을 올려다보기 위해
인간들의 섬돌 모서리마다에 스스로의 피를 새겼네.
더 높이 우러르는 영광을 위하여
황금의 계단은 더 아래 지하까지 파고 들어가고,
지하의 아버지들은 곰팡이 같은 붉은 모자를 쓰고
비에 젖은 빵과 치즈를 선물처럼 핥고 계셨네.
계단 맨 꼭대기에 선 궁전을 위해
인간들은 푸른 돌로 서로의 텅 빈 머리를 텅텅 울리고
두려움이 가득한 가슴을 붉은 칼로 찌르며
두 손 올려 통곡의, 통곡의 기도를 올리고 있네.
그대 내려다보라
계단은 천사의 위대한 발명품,
누군가를 저 아래로 밀어버리기 위한 윤리학
천사가 분배하는 행복의 일반균형이론.
그러나 아버지가 지하의 벽에 머리를 부딪칠 때마다
컴컴한 하늘에서 번쩍거리는 저 우레의 의미를
누가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숨죽이고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천사여,
천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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