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해독
ㅡ김상미
선의로 한 일이 선의만 쏙 빼고
악의가 되어 되돌아올 때
그 씁쓰레하고 야비한 각도만 보아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럴 땐 꼭 물 두 잔을 마시길
한 잔은 가글용으로
한 잔은 배설용으로
물만큼 마음을 평정심으로 되돌려주는 건 없으니까
악의로 한 일이 악의만 쏙 빼고
선의가 되어 되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깨끗이 씻어내는 데엔
물만한 게 없으니까
선의든 악의든 항상 중요한 건 동기지 결과가 아니다
결과는 각자의 이해충돌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부메랑 해독에 너무 공들이지 마라
백 퍼센트 선의나 악의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왜 지구가 23,5도로 기울어졌겠는가
모든 진실은 결과보다 동기에 더 많이 숨겨져 있고
그 두 언덕 사이를 야생마처럼 달리고 달려도
결국 바닷속으로, 바다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너와 내가 있을 뿐
모든 부메랑 해독은 언제나 신의 몫
신만이 대신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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