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부메랑 해독 / 김상미

주선화 2022. 6. 30. 09:46

부메랑 해독

 

ㅡ김상미

 

 

선의로 한 일이 선의만 쏙 빼고

악의가 되어 되돌아올 때

그 씁쓰레하고 야비한 각도만 보아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럴 땐 꼭 물 두 잔을 마시길

한 잔은 가글용으로

한 잔은 배설용으로

물만큼 마음을 평정심으로 되돌려주는 건 없으니까

 

악의로 한 일이 악의만 쏙 빼고

선의가 되어 되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깨끗이 씻어내는 데엔

물만한 게 없으니까

 

선의든 악의든 항상 중요한 건 동기지 결과가 아니다

결과는 각자의 이해충돌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부메랑 해독에 너무 공들이지 마라

백 퍼센트 선의나 악의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왜 지구가 23,5도로 기울어졌겠는가

 

모든 진실은 결과보다 동기에 더 많이 숨겨져 있고

그 두 언덕 사이를 야생마처럼 달리고 달려도

결국 바닷속으로, 바다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너와 내가 있을 뿐

 

모든 부메랑 해독은 언제나 신의 몫

신만이 대신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