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ㅡ남현지
눈앞에 호수가 있고
나는 시민과 조경이 익숙한 듯이
벤취에 앉아서
방금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다가
묶여 있는 개를 바라보는 회사원처럼
호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배가 부르다는 게
큰 개가 묶여 있다는 게
누가 길을 물어서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호수만 보이는데
꿈에서도 나는 찰랑거리다가
귀를 기울이면 자신이
물결처럼 쏟아져서 깨어났다
잉어 몇마리와 엉겨붙은 물풀을
떼어내면서
호수는 잘 묶여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처럼
고요하게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생각하면서
호수를 따라 걸었다
삼십분 전에 본 사람이
다시 옆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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