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노래
ㅡ김륭
벌레가 벌레에게: 우리 또 떠나야 해?
남들이 집을 보러 다닐 때 나는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 안고 조용히 집을 불렀다.
신문지를 깔고 앉아 톡톡 발톱 깎는 장면을 보여 주었는데
벌레다, 하고 집 안에서 수군대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집을 강에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집이 스스로 몸을 던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벌레로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나는 게으르고, 가난했고, 정신이
여치와 노래를 부를 만큼 야위었는데 남의 집 창문을
책장처럼 뜯어 먹고 살아서 그럴 것이다.
살아가는 냄새보다 죽어 가는 냄새에 더 가까워진
나는 없던 집이 갑자기 나타나 까맣게
잊고 살던 애인을 무당벌레처럼 보여 줄까 봐
더럭 겁이 났다. 집에 혼자 남겨진 전화번호를 뒤적거리는
일보다 가난한 일은 없었다. 종이 식탁 위에
막 끓인 라면 냄비를 올려놓고도 달걀처럼 굴러온
무덤이 보였다. 나는 도망가는 내 이름을 붙잡인 문패로
달아 주었다. 집은 떠내려가거나 부서지기 쉬운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가만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배가 고프거나 아파야 했다.
집은 얼굴 없는 물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집이 스스로 몸을 던질 때까지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며 볼펜을 입에 물었다
나는 집이 더 이상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을 찾아
막 돌아다니는 한 마리 벌레라고
썼다. 끝은 언제나 밤이었다. 마른 물고기처럼
내가 시작된 곳이었다. 사랑은 오늘도
집에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또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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