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이다
-이정록
꾀꼬리란 이름을 얻으려고
꾀꼬리가 꾀꼴꾀꼴 우는 게 아니다
질경이란 이름을 얻으려고
질경이가 질경질경 짓밟히는 게 아니다
독립운동가란 이름을 남기려고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게 아니다
독립이 아니면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뚝 선 나무만이 함께 숲을 이룬다
애초에 나무는 독립운동가다
태초부터 풀은 독립운동가다
외따로이 마른 땅 적셔온 물줄기만이
더불어 아우내로 굽이친다
땅속 탯줄부터 구름의 씨앗까지
물방울 한톨도 독립운동가다
외로이 함께 바다로 가는
자유 독립 평화의 물방울 진주다
사자자리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거창한 이름을 얻으려고
별이 빛나는 게 아니다
별 하나하나도 독립운동가다
나는 맨 나중의 물방울이고 질경이다
나는 작은 빛의 싹이다
나는 유관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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