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나는 별이다 / 이정록

주선화 2022. 10. 26. 10:28

나는 별이다

 

-이정록

 

 

꾀꼬리란 이름을 얻으려고

꾀꼬리가 꾀꼴꾀꼴 우는 게 아니다

질경이란 이름을 얻으려고

질경이가 질경질경 짓밟히는 게 아니다

독립운동가란 이름을 남기려고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게 아니다

독립이 아니면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뚝 선 나무만이 함께 숲을 이룬다

애초에 나무는 독립운동가다

태초부터 풀은 독립운동가다

외따로이 마른 땅 적셔온 물줄기만이

더불어 아우내로 굽이친다

땅속 탯줄부터 구름의 씨앗까지

물방울 한톨도 독립운동가다

외로이 함께 바다로 가는

자유 독립 평화의 물방울 진주다

사자자리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거창한 이름을 얻으려고

별이 빛나는 게 아니다

별 하나하나도 독립운동가다

나는 맨 나중의 물방울이고 질경이다

나는 작은 빛의 싹이다

나는 유관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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