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공원에서
-이달균
어제 한 화가의 부음訃音을 들었습니다
코끼리 어금니를 닮았다는 바닷가
내 안의 나이테를 헤며 가만히 걸어봅니다
딱히 추억할 일도, 버려야 할 무엇도 없이
적막에 기대어 이름 불러보지만
세월은 너무 견고하여 몰입은 쉽지 않네요
안개인가 어스름인가 섬들 지워지고
둔탁한 생각들이 발끝으로 밀려날 때
태양은 시한부로 지는지 붉음을 더해 가네요
바람의 반대편으로 이주하는 새들은
비진도 어느 깃 접은 숲이나 봐두었는지
선두의 힘찬 날갯짓이 이른 봄을 재촉합니다
해진 마음이야 이쯤에서 기워야겟지만
밀물의 거리를 재는 달빛이 밀려들어
일몰은 늘 하는 일인 양 어둠을 불러옵니다
*달아공원: 경남 통영시 산양면에 있는 공원.
ㅡ시조집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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