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없는 시
-남길순
한 시인의 부음을 받는다
석양,
사람보다 멏 배나 길어진 그림자가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조금씩 발을 옮기며 배웅하는 사이
나무와 새와 빗자루 - - - 사라지는 마당에
어둠이 들이찬다
책으로든
얼굴로든
목소리든
시인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시집을 찾아 모서리 접힌 페이지를 읽다가
책상 위에 펴 두는 방식으로
시인을 추모한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들고 나는
밤을 지나
간절함도 아픔도 멀어져 혼곤한
겨울의 끝에 다다라서야
시신을 기증하여 별도의 장지가 없다는
마침표 없는 시를 읽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을 잘 몰라서
마당에 나가
그가 섬기던 하늘을 우러러 본다
깜깜한 하늘에 비질을 하듯
별이 하나 떨어졌다*
*김형영 시인, <무명씨無名氏>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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