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사*
-김명희
때 이른 모란꽃이 산신각을 돌아 대웅전 뒤란으로 모란 모란 모란
자줏빛 연두, 연두 자줏빛 골짝 모란을 벗고 대웅전에 듭니다
들꽃 공양이 시들한 푸새 같아 두리번거립니다 내가 놓일 자리를
제자리 찾는 일이 일생의 업이겠지요
두 손으로 생각을 받들면 허공에도 손금이 생깁니다 새의 길 같은
그 먼 비탈 봄볕이 깃털처럼 날립니다
무릉에서 헤매는 것이 꽃잎만이 아니라고
정갈한 걸음걸이로 오층석탑 묵언을 헤아립니다
경을 외는 나뭇잎 요새채 건너가는 풍경 소리
절집의 천 년도
붓다의 무릎 아래 어린것 아니던가요
봄날이 어르고 어르는 것들 세상 밖 길이 되는
*함안 칠북면 무릉산에 있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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