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사월이 좋아 / 한재범

주선화 2024. 7. 30. 06:38

사월이 좋아

 

-한재범

 

 

  사월이 좋아 사월은 거짓말로 시작되고 사월

은 후드티를 겉옷으로 입을 수 있는 날씨 사월

이라서 그런가 의자 가지고 이리  와 그런 소리

가 들렸는데 의자만 놓여 있다

 

  사월이라서 그래 사월의 나는 농담 같고 사월

의 거리에는 사람 아닌 것이 많다 사월은 농담

의 계절 농담은 웃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고 내

가 재미없어져도 사월이라서

 

  그럴 수 있지 사월의 거리에 앉는다 머리까

지 덮은 후드는 사월의 속옷이 되고 사월은 겉

옷 하나론 부족한 날씨 나 하나로 부족해 내가

앉은 의자는 사월의 빈 의자가 되고

 

  나는 사월의 사과나무 한그루다 사월은 아직

사과가 열리지 않는 계절 사월에 사과는 시작되

지 않는다 사과의 계절은 언제일까 사과나무조

차 사실 알 수 없는 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월이다 사과나무는 사과

를 먹지 않아도 사과를 만든다 사월이 좋아 사

월은 거짓말로 시작돼서  사과 없이 끝나고 사

월의 사과나무는 사과의 맛을 모르고

 

  나로부터 사과 한알이 떨어진다 덜 익은 껍질

을 속옷처럼 입고 거리와 부딪친다 사월이 주

워 담지 못한 한마디 끝없이 구른다 사월이 끝

나도 나는 끝나지 않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