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좋아
-한재범
사월이 좋아 사월은 거짓말로 시작되고 사월
은 후드티를 겉옷으로 입을 수 있는 날씨 사월
이라서 그런가 의자 가지고 이리 와 그런 소리
가 들렸는데 의자만 놓여 있다
사월이라서 그래 사월의 나는 농담 같고 사월
의 거리에는 사람 아닌 것이 많다 사월은 농담
의 계절 농담은 웃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고 내
가 재미없어져도 사월이라서
그럴 수 있지 사월의 거리에 앉는다 머리까
지 덮은 후드는 사월의 속옷이 되고 사월은 겉
옷 하나론 부족한 날씨 나 하나로 부족해 내가
앉은 의자는 사월의 빈 의자가 되고
나는 사월의 사과나무 한그루다 사월은 아직
사과가 열리지 않는 계절 사월에 사과는 시작되
지 않는다 사과의 계절은 언제일까 사과나무조
차 사실 알 수 없는 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월이다 사과나무는 사과
를 먹지 않아도 사과를 만든다 사월이 좋아 사
월은 거짓말로 시작돼서 사과 없이 끝나고 사
월의 사과나무는 사과의 맛을 모르고
나로부터 사과 한알이 떨어진다 덜 익은 껍질
을 속옷처럼 입고 거리와 부딪친다 사월이 주
워 담지 못한 한마디 끝없이 구른다 사월이 끝
나도 나는 끝나지 않듯이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혀로 염하다 / 길상호 (0) | 2024.08.02 |
---|---|
엠페리파테오/ 김안 (0) | 2024.07.31 |
마른 멸치가 사나워질 때 / 정우영 (0) | 2024.07.29 |
미래의 손 / 차도하 (0) | 2024.07.26 |
순창시장 참기름 집 (시집 제목) / 오진엽 (2) | 2024.07.25 |